지금 인터넷에서 키보드를 두들기며 남을 욕하는 당신, 그런데 당신은 과연 이 사람을 욕할 자격이 있는가?

당신이 욕하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한 일을 한발자국 떨어져서 한번 살펴보자. 과연 정말 이렇게 잘 못 한일이 맞는가? 잘못했다 하더라도 이렇게 큰 대가를 치를 만큼 큰 잘못을 했는가? 내 생각엔 전혀 아니다. 누군가 당신의 일상생활을 카메라로 찍어서 방송에 송출한다고 해보자. 당신은 과연 욕을 먹지 않을까? 아마 당신은 욕을 많이 먹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일상생활에서건 어디서건 조금씩은 잘못과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당신은 나쁜 일을 하지 않아서 욕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유명하지 않아서 욕먹지 않는 것이다. 같은 상황에 처해있었다면 아마 당신은 엄청난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당신은 도덕적으로 올바르기 때문에 욕먹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욕을 먹지 않을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욕을 먹지 않았던 것이다. 당신은 그저 지금 운이 좋은 것일 뿐이다!

윤리학에 도덕적 운(moral luck)이라는 개념이 있다. 도덕적 운은 행위자가 평가받는 중요한 측면이 그의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달려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행위자를 도덕적 판단의 대상으로 올바르게 취급할 수 있을 때 발생한다[1]. 예시를 한번 들어보자. A와 B가 술을 조금 먹고 운전을 했다. A는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집에 도착했고, B는 그만 사고가 나서 어린아이를 치고 말았다. 어린아이가 나타나고 말고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때 사람들은 B에게만 도덕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 같은 동기로 같은 행동을 했는데 누구는 운이 좋았고 누구는 운이 좋지 않아서 도덕적 책임이 달라졌다. 철학자 네이글은 A와 B가 같은 정도의 도덕적 책임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실제로 B를 훨씬 더 비난하고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전문서적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당신은 운이 좋았기 때문에 지금 욕을 먹지 않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무분별한 마녀사냥을 멈춰야 한다. 당신이 무심코 던진 비난의 말들은 상대에게 비수가 되어 꽂힌다. 그러니 관대해지길 바란다. 저 자리에 내가 있을 수도 있었다. 당신은 단지 운이 좋았다.

주호민 씨의 작품인 “신과함께”에 이런 대사가 있었다. “세상에 나쁜 인간은 없다. 나쁜 상황이 있을 뿐.” 아이러니하게도 어쩌면 주호민 씨가 이 대사에 해당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나는 자세히는 상황을 모르지만 이 사람이 한 일에 비해 과도하게 욕을 먹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들에게는 연예인이 얼마나 힘들든, 진실이 무엇이든 그런 건 중요치 않다. 그저 흥미로운 컨텐츠고 가십거리일 뿐이다. 연예인이란 직업은 너무나 쉽게 판단되고 오해받기 십상이다. 연예인들이 욕을 많이 먹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부도덕하기 때문이 아니라 같은 행동을 사람들이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보기 때문이다. 단지 욕먹기 좋은 환경에 있는 것 뿐이다.

요즘 뉴스를 보다 미성년자 범죄와 관련된 뉴스를 보면 처벌을 강화하라는 댓글들이 정말 많다. 하지만 나는 위와 같은 맥락으로 나는 촉법소년 처벌강화에 반대한다. 그 아이들을 감옥에 더 오래 가둔다고해서 사회가 나아질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교도소는 교정 및 교화시설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교육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좋은환경에서 바람직한 교육을 받았다면 그런일을 저지르지 않았을 확률이 매우 높다. 범죄자 비율이 부유층보다 빈곤층에서 높게 나오는 통계가 이의 상관관계를 어느정도 나타내준다. 부유층은 상대적으로 좋은환경에서 교육받았을 확률이 높다. 나는 진심으로 사람은 누구에게나 두 세번의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 한번의 잘못으로 그들의 인생이 끝나버리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 나쁜 상황이 있었을 뿐..

[참고문헌]
[1] Nelkin, Dana K., “Moral Luck”, The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Spring 2023 Edition), Edward N. Zalta &Uri Nodelman (eds.), URL = < https://plato.stanford.edu/archives/spr2023/entries/moral-l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