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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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_range 06/05/2023 00:00 infosort label사회/문화/경제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은 달라(There is a difference between knowing the path and walking the path)
(영화 매트릭스 중 모피어스가 한 말.)
현역을 갈 뻔 했다가.. 허리디스크로 재검을 받아서 4급판정을 받았다. 21살이 끝나갈 때쯤 병무청에서 연락이와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집근처에 노픈누리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게 되었다. 센터에서는 아이들과 선생님이 마을의 문제를 같이 해결하는 마을활동을 진행하고 있었다. 내가 복무를 마치고 소집해제 후에 센터 선생님들께서 같이 마을활동을 할 생각이 없느냐고 제안을 해주셔서 알겠다고 했다. 오래 전에 센터를 다니던 아이었다가 이제 어른이 된 2분, 오랫동안 자원봉사 하시던 분, 그리고 나 이렇게 4명의 마을활동 청년부가 구성되었다. 그 후 소집해제가 끝났지만 한 두달에 한번은 마을활동을 위해 센터에 가고있다. 가면 봉사시간도 채워주신다. (참고로 저는 원주에 있는 “문막”이라는 마을에 삽니다)
마을활동을 하면서 뭐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있는데 우리 마을의 역사가 담겨있는 곳을 찾아서 기록하고 보존하고 관리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지난번은 문막에 문화유적이 있었던 곳을 갔다왔다(23.05.06). 동화역 뒤쪽 산에 터널이 지나는 곳이 노회신 벽화묘가 발굴된 현장이라고 한다. 공사하다가 발견했다고 한다. 지금 이 곳이 유적지었다는 어떤 흔적도 남아있지 않아 그대로 두면 기억 속에서 잊혀질 것이다. 이 곳에 표지판이라도 세워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려한다.
노픈누리가 아니었다면 아마 평생 몰랐을 것이다. 아무리 중요한 것이라도 기록을 남기지 않고 관리하지 않고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대로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자연스레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무엇이든 간에 그 것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하고 그들 중 누군가는 나서서 일을 해야한다. 동아리 회장 등 여러 내 경험상, 내 생각엔 최소한 딱 2가지가 필요하다. 총대메고 모든 일을 할 사람 한명,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관심. 이 2가지만 있어도 일단 뭐든 유지는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아주 자연스럽게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아마 지금까지 수많은 문화들이 이렇게 사라져 왔을 것이다. 나는 자주 생각한다. 지구상에 얼마나 많은 역사, 사건, 기록, 추억들이 사라졌을까.. 우리는 지금 존재하는지 조차도 모르는 얼마나 많은 역사들이 있었을까..
살면서 정말 많이 느끼지만 무슨 일을 하던간에 시간이 지나고 돌이켜보면 생각보다 남는게 정말 없다. 아무리 좋은 여행을 가도 좋은 건 그 때 뿐이고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심지어 그 사진도 현생을 살다보면 자주 들춰보지도 않는다). 아무리 열심히 별 짓을 다하며 공부해도 남는건 무심결에 만들었던 요약노트나 성적표 밖에 없다. 직장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남는 건 결국 돈 밖에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돈이라도 남으면 다행이다). 이런 면에선 참으로 우리 인생이 허무하다. 남는게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결국 우리가 죽는 날에는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할 것이다. 내가 기록에 집착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 것이다.
노픈누리 마을활동이 아니었다면 아마 문막의 많은 문화들도 그대로 잊혀졌을 것이다. 이렇게 잊혀진다 해도 우리가 당장 사는데에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역사의 기록을 남기고 보존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그래야한다. 이런 의미에서 노픈누리가 문막에서 큰 역할을 하고있으며 행동하는 노픈누리가 진정한 의미의 역사교육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작년 마을 활동 제목이 세계에 대해 알고 생각하고 행동하기었던 것 같은데 여기서 ‘행동하기’가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 것 까진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행동은 아무나 하지 못한다. 생각만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사실 아무 것도 안한 것과 동일하다. 오직 행동을 통해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쯤에서 칼 맑스의 문장을 인용하고 싶다. “지금껏 철학은 세상을 해석하기만 했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역사를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하는 것이다.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다. 책으로 배우고 외우는 것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역사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절대 그렇지 않다. 안다는 사실만으로는 턱 없이 부족하다. 결국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우리가 대구 지하철 참사에서 얻은 교훈이 뭔가? 삼풍백화점 붕괴에서 얻은 교훈은 무엇인가? 매년 그 맘때쯤 추모하는 글 올리기? 아니면 앞으로 우리의 후손들은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나는 당연 후자라고 믿는다. 매년 사고는 일어나고 그 때마다 사람들은 추모를 하고 또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추모할 일이 늘어나고.. 떠나간 이들을 기억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것은 이미 일어나버린 일이고 우리가 어찌 할 수 없는 일이다. 평소에 잊고 있다가 매년 그 쯤되면 ‘잊지 않겠습니다’ 하고 카톡 배경을 바꾸고 인스타에 올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우리 후손들이 그런 일을 겪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고 예방하는 일이다.
“All aviation regulation is written in blood”
항공규정은 피로 쓰였다는 말이다. 수 많은 항공기 사고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그에 대한 대책, 예방으로 지금의 규정이 생겨난 것이다.
쓰다보니 조금 글의 두서가 없는 감이 있다. 이만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