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대칭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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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_range 01/02/2024 00:00 infosort label자연과학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을 보면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인도의 타지마할을 보면 역시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한다. 직접 갔다와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제로 보면 정말 웅장하고 아름답다고 한다. 이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가지는 특징은 무엇일까?
(인도의 타지마할 전경)
(베르사유 궁전 전경)
이 건축물들이 아름다운 이유 중 하나는 거의 완벽한 좌우 대칭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한쪽편의 기둥이 더 높다거나 하면 왜인지 불편하고 기둥을 수리해서 낮춰주고 싶다. 사람들이(나를 포함해) 왜 대칭적인 형태를 좋아하고 추구하고 이 것을 아름답게 느끼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대칭적인 형태를 유지하려는 강박증이 약간(조금 많이)있다.
우리의 자연현상도 대칭적인 형태를 가지려는 듯 보인다. 거의 모든 생명체는 좌우 대칭성이 있고 우주의 천체들은 구형 대칭성을 가지며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대칭적인 형태가 참 많다. 우주원리(cosmological principle)에 따르면 우리 우주는 특정한 방향을 선호하지 않으므로 우주 자체도 구형 대칭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물리 이론자체는 로렌츠 대칭성, 게이지 대칭성 등을 가지고 있다. 대칭성은 현대물리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도구이다. 그런데 어떤 대칭적인 것은 굉장히 불안정하다. 나는 평소에도 대칭적인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내 눈은 오른쪽 눈은 윙크가 안된다. 광배근은 오른쪽이 더 크고 왼쪽 허벅지 근육이 오른쪽 보다 더 발달해있다. 물질의 스핀에 대한 Ising model 에서는 낮은 온도에서 자발적으로 대칭성이 깨지고 모든 스핀이 한쪽방향으로 정렬한다. 표준모형의 핵심인 Higgs mechanism 은 스칼라 장 포텐셜의 대칭적이지만 불안정한 상태를 깨뜨리고 비대칭적이지만 보다 안정한 상태로 감으로써 기본입자의 질량을 얻는 과정이다.
타지마할도 사실 결국 대칭성이 깨졌다. 타지마할은 무굴제국의 5대 황제 샤 자한이 그의 황후 뭄타즈 마할을 위해 지은 묘지이다. 이 곳에 황후 뭄타즈 마할의 석관이 역시 대칭적이 구조로 안치되어 있다. 그런데 후에 계획에 없던 황제 샤 자한의 석관이 그 옆에 같이 안치되게 되면서 대칭성이 깨지게 되었다.
왜 대칭적인 상태는 불안정 할까? 자연은 어쩐지 대칭적인 상태를 선호 하는 듯 하면서 결국엔 불안정한 대칭성을 깨뜨리고 안정한 상태로 가고만다. 이러한 사실은 나를 굉장히 불편하게 만든다. 끝이 뭉툭한 연필을 책상에 일자로 세우는 것은 매우 대칭적이지만 아주 불안정해서 조금만 툭하고 건드려도 대칭성을 깨뜨리고 한쪽방향으로 쓰러질 것이다. 좌우의 균형을 정확히 맞추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대칭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으로 굉장히 불안정 할지도 모른다.
대칭은 아름답다. 대칭은 아름답지만 불안정하다. 그래서 대칭성은 자발적으로 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