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새로이가 무릎을 꿇은 이유(이태원클라쓰)
-
date_range 02/06/2024 00:00 infosort label영화/드라마/다큐
이태원 클라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인생 드라마이다. 웹툰 원작인데 웹툰은 안봤고 드라마만 봤다. 제일 좋아하는 이유는 주인공 박새로이의 인생이 내 인생과 너무 닮아있기 때문이다. 박새로이보다는 더 고통스럽진 않았긴 했지만 이 사람의 인생을 보면서 몰입했고 공감했다. 인생의 큰 목표와 그 것을 이루기위한 과정속에서의 처절한 사투..
간략한 줄거리를 말하자면, 박새로이는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누군가에게 원수를 지고 복수를 다짐한다. 그 원수에게 무릎을 꿇지 않아서 아버지가 직장에서 잘리기도 했다. 그 사람을 무너뜨리고 자신이 성공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삶이 박새로이의 삶이다. 소신있는 삶 박새로이. 외롭고 고달프고 고통스럽지만 언젠가 자신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저 묵묵히 나아갔다.
그런데 드라마 후반부에 박새로이가 자신의 원수에게 무릎을 꿇는 일이 생긴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박새로이는 왜 무릎을 그렇게 쉽게 꿇어버렸을까..
그야말로 박새로이의 무릅은 소신의 상징이었는데.. 아버지가 직장에서 잘리고 자신이 감옥에도 가는 한이 있어도 절대 꿇지 않았던 무릎이었다. 나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스토리를 살펴보면, 박새로이의 원수가 박새로이의 사랑하는 여자를 납치한 후 무릎을 꿇으면 그 여자의 위치를 알려주겠다고 협박했다. 그러자 박새로이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어버렸다. 나는 그때는 그래도 그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껏 복수를 위해 달려왔는데 무릎을 그렇게 쉽게 꿇는다고?
그런데.. 나는 이제 이해가 된다. 어느 순간 다시 박새로이를 생각해보니 이해가 되었다. 변한것이다. 그에게는 이제 사랑이 제일 중요한 것이다. 지금껏 앞만보고 살았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나서는 모든 것이 달라진 것이다. 박새로이는 변화한 것이다. 이제 무릎을 꿇는 것 따위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너무나 쉽게 꿇을 수 있게 되버린 것이다. 사랑.. 사랑이 박새로이를 변하게 했다. 이제는 박새로이의 행동이 이해가 됐다.
나도 변했다. 나는 17살때부터 엄청나게 큰 꿈을 품고 그것만보며 달려왔다. 진짜 내 인생 모든 것을 그것에 걸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꿈을 이룰 언제가 그날을 위해 버틸수 있었다. 자기 인생을 자기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내 인생을 잘 안다. 내 인생은 정말 도전 그 자체였고 그 과정 속에 많은 고통과 시련이 있었다. 그런데 더 중요한것이 생겼다. 사랑이다. 이 세상 무엇보다 가치있는 사랑이다. 사랑을 나누는 삶.. 이것을 위해서면 내 꿈도 포기할수 있게 되었다. 나의 거대한 비전, 야망은 이제 부차적인 것이다. 물론 나는 아직도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들과 비전들이 있고 그 것을 이루기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것이 이제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 변하게 된것은 대략 3년 되었다.
야망없는 사람, 평범하게 사는 사람을 그렇게 강하게 비판하던 나였는데.. 이제 내가 조금은 그러고 싶어져버렸다.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하고싶은일을하고 퇴근하고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개운하게 씻고 야식을 먹으며 무한도전을 보면 그게 행복이다. 별거 없었다..
언젠가 사무치게 그리울 엄마가 아직 살아있고 사랑스러운 여자친구도 있으니.. 너무나 감사한것이 많고 행복한 삶이다.. 두 팔과 두 다리가 멀쩡하고 크게 아픈 곳이 없고 당장 밥을 사먹을 돈이 부족하지도 않다(사실 조금 부족하다). 이렇게 평범히 살아 숨쉬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 만약 당신이 사형수여서 살 날이 5분 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해보자.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할까.. 그런데 나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이 것말고도 감사한 것 투성이고 행복한 것 투성이다. 사람은 역설적이다. 사람은 결핍되어봐야 그것이 소중한 지 안다. 구속하기 전까지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엄마가 없어지기 전까진 엄마가 소중한지 모른다. 한 쪽다리가 없어지기 전까진 다리가 멀쩡히 움직이는게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일인지 모른다. 눈을 실명하기 전까진 아침에 자연스레 눈을 뜨고 햇살이 비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이 것 말고도 정말 많다. 감사한 것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그러니 항상 주위를 둘러보고 감사해야 한다. 무엇이 더 필요한가? 멀리서 찾으려하면 안된다.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그 과정속에 있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행복해야 한다.